논평/성명서[2026.5.4] 헌법 20조 개정을 제안한다

관리자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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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20조 개정을 제안한다


  1987년 헌법은 절차적·제도적·공식적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민주화의 손길이 닿지 못한 기층 시스템들은 여전히 비민주적 구체제의 논리로 국민의 삶을 옥죄어왔다. 그 오랜 모순이 무르익고 곪아 터진 결과가 바로 12·3 계엄이다.


  새 헌법이 단순히 12·3 계엄을 낳은 제도적 결함만 손질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 역시 또 하나의 적폐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12·3 계엄을 전후하여 제도 종교가 중대한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종교가 그동안 통제받지 않는 막후 권력으로 기능해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조찬기도회와 각급 공공기관의 신우회 등을 통해 국정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 더하여, 통일교, 김장환, 전광훈, 손현보 등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내란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광장에서는 계엄 1주년을 앞두고 극우 종교 세력이 국민을 선동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종교의 진정한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새 헌법의 각종 조항들은 '종교의 자유'라는 무소불위의 칼날 앞에 언제든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법률 곳곳에 '종교단체 예외' 규정이 촘촘히 박혀 있어, 종교는 사실상 광범위한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다.


  헌법에 종교의 민주성과 공공성이 명시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법률의 제정과 개정 작업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성직자의 성범죄 방지, 종교단체 회계의 공시 의무화,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확보, 국고보조금의 투명한 관리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 종교는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종교의 민주화는 다른 헌법적 가치를 온전히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며, 외형적 민주화에만 그친 87년 헌법을 넘어 국민의 실질적 삶을 민주화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더불어 종교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국가와 납세자의 보호를 받아온 종교에 그 본연의 사명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종교 공동체에 속한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개정 헌법은 종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공공성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기존 헌법 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자유를 보장받도록 규정해야 한다.


  ‘민주성’이란 주로 종교 내부의 문제를 가리킨다. 오랫동안 종교 지도자의 카리스마에 기댄 일방적 전횡으로 야기된 폐해(폭력적 언행, 무분별한 인사 전횡, 승인받지 않은 자금 유출 등)를 제어할 내부 장치의 마련을 의미한다. 종교단체가 법인격을 취득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서 내부 민주성이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


  ‘공공성’이란 종교도 사회가 쌓아온 공공 규범을 함께 준수해야 함을 뜻한다. 일반 공익법인은 공익법인법·상속증여세법·공직선거법 등에 따른 각종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데, 종교단체만이 이러한 의무에서 유독 자유로운 것은 역차별적인 관행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다양한 국가들의 헌법이 종교를 균형 있게 규율하는 방식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헌법 제20조의 개정을 강력히 요구한다.


현재

개정안

헌법 제20조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헌법 제20조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③ 종교는 공공성과 민주성을 침해하여 국가나 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2026년 5월 4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외국 사례>


1. 터키헌법 24조

  모든 사람은 양심, 종교적 신념,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예배, 종교 의식과 행사, 종교적 신념의 표현은 자유롭다.

  그러나 이 자유는 국가의 세속적 질서, 민주주의, 공공질서, 일반 도덕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행사될 수 없다.


2. 인도헌법 25조와 26조

  모든 사람은 양심의 자유와 종교를 자유롭게 신봉, 실천, 전파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이 권리는 공공질서, 도덕, 건강 및 국가의 사회복지·개혁을 위해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

  모든 종교 집단은 종교적 사무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권리를 가진다. 단, 공공질서와 도덕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3. 독일헌법 9조와 140조

  모든 사람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목적이나 활동이 형벌법을 위반하거나 헌법질서를 훼손하는 경우 금지된다.

  종교단체는 법인격을 취득할 수 있으며, 공법상 법인으로 인정될 경우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4. 프랑스헌법 1조

  프랑스는 불가분의, 세속적, 민주적, 사회적 공화국이다. 모든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을 보장한다. 모든 신앙을 존중한다.


5. 이탈리아 헌법 8조와 19조

  모든 종교는 법 앞에 평등하다. 종교단체는 자율적으로 조직할 권리를 가지며, 공공질서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종교를 자유롭게 신봉하고, 예배와 선교를 할 권리를 가진다. 단, 공공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6. 스페인헌법 16조

  사상·종교·신앙의 자유는 보장된다. 그 표현은 법이 보호하는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될 수 있다.

  어떠한 종교도 국가적 성격을 가지지 않는다. 공공 당국은 스페인 사회의 종교적 신념을 고려하여 가톨릭 교회 및 다른 종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


7. 폴란드헌법 25조

  국가와 종교단체의 관계는 상호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개인과 공동선을 위한 협력의 원칙에 기초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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